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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 아니 에르노

기루짱 2023. 10. 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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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니 에르노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알았다. 수상 후 오랜만의 노벨상 여성작가이고, 사회고발적(?), 자전적인 글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해, 작은 책방 다시서점에서 주최하고, 그의 책을 읽어주는 버스킹을 했는데, 그의 책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멋있었다. 스페이스 K 앞 도로에서 화창한 가을날 그녀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하는 말을 건너편 벤치에 앉아 무심히 들어버렸다.

그해말 도서관에서 작가의 있는 책을 빌려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포기하고 반납했다. 읽히질 않았다.

올해 다시 도서관에 갔다가 얇은 책이 눈에 띄어 빌려왔다. <사건>이었다.

 

2. <사건>

성인이 된 내가 임신과 낙태의 순간을 고스란히 되새긴 작품이다. 

아니 에르노는 실화인지 소설인지 모를 작품을 쓴다. 

 

문단에 등장한 이래 끊임없이 자신을 고백해 온 아니 에르노이지만 유독 『사건』만큼은 끝끝내 이야기하기가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박완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더욱 치열하고 더욱 논쟁적이고 더욱 용감하다고나 할까.

저자의 용기에 힘입어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수많은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지켜보거나, 해봤을 임신중절, 낙태의 순간. 상처가 될까 이후에 말하지 않았던 비밀스러웠던, 고통스러워했던 순간과 경험이 또렷해졌다. 

읽으면서 다시 깨달았다. 왜 우린 이런 걸 다 숨기고 산 걸까.

3. 책속에서

"우리 중  누구도 임신 중절이라는 말을 단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것은 언어 속에 자리를 잡지 못했다."

"L.B.는 알아서 그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주소와 돈, 이것이 그 당시 내가 필요로 했던 유일한 것이었다."

"왜 파리까지 갔어요? 이 동네 누구 엄마가 아주 잘하는데!" 이제 알 필요도 없지만, 임신 중절 시술사는 도처에 깔렸다. 

4. 느낀점

<사건>에는 낙태를 겪어야 하는 여성의 심리와 과정, 사회 분위기, 타인들의 태도가 빠짐없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삶인지, 소설인지 모를 책을 읽으며, 기억과 현실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되살아난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기억할지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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