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루 여행기

여행갑니다 본문

반응형

by 신기루 2008/01/30 02:01 hyunaaa.egloos.com/26934 덧글수 : 2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내가 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 생각이 얼마나 의미 없음을 깨닫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겐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존재였지만 내가 이땅을 떠난다 한들 어떤 변화가 생길리 만무했다.
<중략>
하지만 떠나는 날 비행기에 오른 후에도 나는 갈등을 거듭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물론 어는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중


너무 거창하게 시작했네요.^^;
저, 여행갑니다.
여행하기엔 짧은, 하지만 직장인에겐 꿈같은 기간인 "두 달".
4월초에 들어옵니다.

---

제딴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생각하고
돌아오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이틀전인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되었지만요.)
위에 글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같은 심정으로 적었던 글입니다.

---

언젠가 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여행을 가려고 보니 두려움만 커지더군요.
말은 안 통하고, 아는 사람은 없고, 전혀 낯선 곳에서 어디서 자고 먹을지 막막하기만 하고,
밤거리는 위험하지 않는지, 또 잘 찾아갈 수 있는 곳인지, 이동은 어렵지 않는지...
또 어깨에 짊어지고 두 발로 걷을 때마다 느낄 무게까지.
이렇게 생각하니 꼭 가야하는 걸까, 왜 거기까지 가야할까,
그리고 이렇게까지 해서 가는 게 정말 잘하는 짓인지 정말 묻고 싶어집니다.

---

미돌양에게 구독하던 밀린 트래비를 다 뜯어보고,
로바양에게 여행 서적 좀 줘봐 했더니 생각외로 많은 책을 가져다 주더군요.
<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 표지를 여니 이런 말이 써 있었습니다.
"누구나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때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가방을 꾸리면 된다. 그때부터는 모든 일이 저절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계속했습니다.
너무 지쳐 있었거든요. 도저히 약간의 의욕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되니 할일은 여행준비 말고 다른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준비를 하다보니 두려움이 "쬐금" 가시더군요.

---

그래서 내일, 31일 출국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 31일이 넘어가기 전에 비엔나에 있을 겁니다.
한국은 새벽이겠지만.

 

 

 

 로바 2008/02/01 01:57 # 삭제 답글
희현~ 나와 삶의 사이클이 웬지 비슷한 친구...나보다 일주일 먼저 출발해 나보다 한 달 돌아오는 멋진 년~ ㅋㄷㅋㄷ

이번 여행이 희현의 삶에 오아시스가 되기를...^^ 몸 건강, 마음행복 만땅!

 예랑 2008/02/11 23:36 # 삭제 답글
'여행이 필요한 순간'...
요즘 나한테도 절실한데, 가방은 못 꾸리고 애꿎은 여행책+사이트만 뒤적뒤적.
마음을 가득 채우는, 즐거운 여행 되길~
와서 나도 좀 나눠줘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