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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경계, 터키 입성!

기루짱 2009. 2. 2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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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와 신시가의 기점 탁심(TAKSIM) 공원.


2월 3일. 짧은 비엔나 일정을 마감하고 터키로 넘어왔다.


터키를 가고자 했던 건 순전히 후배 때문에 구독하던 여행잡지에 실린 사진 때문이었다. 여행을 가려고 밀린 잡지들을 한번에 뜯어 보았는데, 하필 그곳에 카파도키아 사진이 양쪽 펼친면으로 대문짝 만하게 실려있었다.
그 장관을 보기 위해 벌룬을 타고 오르는 투어도 있다고 했다. 사진을 보자 여길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0달러라고 가격이 써 있었지만 그 가격에라도 꼭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디까지나 충동적인 루트고 아무것도 모르는 예상일 뿐이었지만.


막상 터키에 가자고 생각하니 마음의 부담이 제일 컸다. 비엔나는 그야말로 워밍업이라고 할까.


일단 문화. 이슬럼 문화권인 데다가 생소한 터키어는 홀로 가야하는 여행자에게 매우 끌리지 않는 요소였다.
또 환전도 그 나라에서만 해야 하고, 터키는 핸드폰 로밍도 되지 않았다.


숙소를 뒤지다가 이집트에서 근무중인 친구가 이스탄불 지점의 친구를 소개해주어 그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얼굴 한번 못보고 이메일로 주고받은 터라 고마운 마음 한켠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튼 나는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 예정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아타튀르크 공항에 내리자 유럽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졌다. 차도르를 두른 여자들, 대부분 수염을 가진 중년 남성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비엔나 공항은 너무 썰렁했던 지라 아타튀르크 공항은 번잡하기 그지없었다.


공항에서 남은 20유로를 환전해서 32.41YTL(터키리라)를 받았다. 책자에 보면 엄청나게 큰 단위라고 했는데, 그새 화폐개혁을 해서 여행책자와는 단위가 확 바뀌었다. 보기는 편했지만 나중에 다시 보니 환율이 엄청나게 안좋아져서 여행자 물가는 거의 배 이상 뛴 터였다.(2009년 1월을 기준으로 신화폐만 사용한다는고 하니 여행하실 분은 다시한번 환율을 확인하셔야 할 듯.)


내가 갈 곳은 탁심. 공항 리무진(하바쉬)가 탁심까지 운행한다고 했다. 핸드폰 로밍이 안 되니 비엔나 공항에서 미리 전화를 걸어 5시에 탁심에서 친구의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공항에서 탁심까지는 한 시간 거리라고 했다. 12시 30분 비행기였으니 5시는 충분할 것이었다.


그래도 좀 이리저리 헤매느라 차를 탄 시간은 4시에 더 가까웠다. 이때까지도 예상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30분도 못 가서 차가 꽉 막히기 시작했다. 옆으로 펼쳐진 바다에 감탄하며 룰루랄라 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커플은 뭐라뭐라 계속 떠들고 있고, 교통 체증은 풀리지 않고, 시간은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운전기사에게 언제쯤 도착하냐고 묻자 교통사정에 따라 다르다며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맙소사. 연락도 안 되고 길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처음 보는 친구의 친구에게 어떡한단 말인가.


차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핸드폰을 빌리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터키리라를 주섬주섬 꺼내들고 눈치를 보다 뒤에서 계속 떠들던 커플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가 짧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전화한통만 쓰게 해달라. 이 돈 주겠다. 플리~즈.' 그러곤 슬픈, 하지만 급한 표정.
그런데 못 알아듣는다. 그러곤 꽤나 당황한다. 그러곤 몇 마디 하는데 영어와 터키어가 섞인 듯하다.
할 수 없다. 내 핸드폰을 꺼내 안 된다고 바디랭귀지.
둘이 뭔가 얘기한다. 알아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안 된단다. 하기사, 어디 전화할 줄 알고.
전화번호를 보여줬다. 국내 통화다. 국제전화 아니다. 제발.
다시 보고 뭐라뭐라 말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때 내 옆줄 앞에 계시던 매우 중후한 백발의 노신사분께서 핸드폰을 주신다. 전화하라고 영어로 말씀하신다. 와우!
감사합니다를 연발한 후 전화기를 받았다.
그 시간은 이미 5시 30분. 친구의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연락은 안 되고, 오지는 않고,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했다며 기다리고 있으니 오라고 한다. 휴.
전화를 끊고 노신사분께 터키지폐를 주섬주섬 꺼내들고 어느걸 드려야 할지 몰라 쭉 폈더니 '원 허드레드 달러'라고 하신다. 옛?
'원 헌드레드 달러' 아니면 괜찮다고 하시니 허허허, 이렇게 멋지실 수가.


난 그날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탁심까지 두시간, 버스 네다섯 정거장인 '시실리자미'까지 가는데 다시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친구의 친구집에 도착하니 이미 해저문 밤이었다.
날씨는 또 왜 이리도 추운지. 빈방이었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방은 더욱 추웠다.


그렇게 제법 마음 졸이며 터키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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