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루 여행기

편두통-올리버 색스 본문

일상여행/읽으면서 책+삶 기록

편두통-올리버 색스

기루짱 2023. 6. 4. 16:07
반응형

by 신기루 2017/03/03 11:23 hyunaaa.egloos.com/2215110 덧글수 : 0

온더무브, 고맙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이어 네번째 책.
그전엔 전문서라고 해도 읽을 만 했는데...
써 있는 건 우리말인데... 도무지 들어오지 않아서
1/3은 대충 읽고 1/3은 건너뛰고 1/3 정도만 의미 있게 읽은 듯.
(올리버 색스를 알고 나서 집어든 사람이 어려운 건 나만 그런 것 아니란다. 역자도 고생했다고 후기에 써 놨으니ㅋ.)
 
몇가지 정리하자면,
 
1. 편두통의 증상은 엄청 다양하고 범위가 넓다는 것.
흔한 두통에서 임산부 같은 욕지기, 간질 같은 발작, 환영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다.
 
2. 2부, 3부만이 의미있게 읽힌(?) 부분이었는데...
편두통의 원인이랄까. 왜 발생하느냐에 대해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작품의 소제목 "뚜렷한 절망과 은밀한 위로"가 책을 꽂아두고 읽을까 말까 망설일때
참 다가왔는데... 2부 3부에 그 내용이 있다.
 
결국 여기에 낚여 끝까지 읽어냈다!
 
과도한 자극이나 과도한 흥분, 과도한 억제, 과도한 슬럼프. 
신경계는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적응하면서 '허락되는' 한도 안(사람마다 다르다)에서 스스로 평형상태와 생체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갑작스럽고 큰 규모로 적응을 위한 증상을 보이는 방식을 말한다.
그래서 폭격을 당하는 듯한 감각 자극이나 격렬한 운동, 분노 등의 형태로 나타난 과도한 흥분이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이 길게 뒤따른다. 즉 각성 편두통이라는 반응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로 임계점을 넘어서는 (탈진, 수동적 움직임에 대한 반응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과도한 억제는 길어지는 슬럼프 반응, 즉 슬럼프 편두통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두 경우 모두 편두통 반응이 가져다 줄 보호 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참아내기 힘든 어려운 특정 상황을 피하라는 일종의 경고다.
-310쪽
 
울프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들은 야망이 크고 성공적이며 완벽주의자인 성향을 가졌으며, 엄격하고 규칙적이며 신중하지만 정서적으로 꽉 막힌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끔 육체적인 형태로 간접적인 폭발과 파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316쪽
 
이렇게 인용하면 좀 엉터리 이론 같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신체의 적응을 말하고 있는 거다. 그 신체가 한계에 이를 수 있다고. 
아래 인용을 좀더 같이 더 보시라.
 
편두통을 일으킬 상황에서 벗어나면 (수녀의 휴가, 임신 기간) 등에는 편두통에서 벗어나는 경우.
편두통을 앓고 나면 개운하게 회복하는 경우 등이 그랬다.
 
3. 편두통이라는 "은밀한 위로". 편두통의 치료는 그것을 편두통을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매우 집중적이고 끊임없는 치료가 질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보았던 편두통 치료를 위한 최고의 병원은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 없이 작고 어두운 방으로 안내해 누워서 쉴 수 있게 해주고, 차 한 주전자와 아스피린 두 알을 처방해 주는 곳이었다. 
엄청나네 심각한 고전적 편두통 발작의 경우에도 이렇게 간단하고 자연스러운 처방의 결과가 내가 본 다른 어떤 병원의 결과보다 훨씬 더 감명 깊었다....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과 발작을 위한 답은 최고로 강력한 약과 약물의 공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감정에서 찾을 수 있다.
-473쪽
 
그래서 2세기 쓴 아우레타에우스가 간질과 편두통 환자에게 권한 이런 글이 있단다.
 
도금양과 월계수 나무 아래에 있는 구불구불하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에서 오랫동안 산책하라.
오랫동안 걷는 것이 좋다. 땀이 나고 열이 날 만큼 격렬하게 운동하고.. 조급하게 굴지말고 열정적인 성품을 기르도록 하라.
-434쪽
 
1853년 피터의 주장도 실려있다.
 
활기찬 생활방식, 식습관, 운동이 필수적이다. 많이 움직이지 않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나 정신노동이 심한 사람, 잠이부족한 사람은 생활습관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지나친 걱정이나 지나치게 신경 쓰는 일을 피하라. 홍차를 삼가라.... 
-435쪽
 
물론 현대 의학자인 색스가 이런 방법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생리적 매커니즘, 생물학적 접근, 심리학적 접근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고
치료에서도 약물, 상담, 처방 등 다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카페인, 스테로이드를 비롯해, 히스타민제, 항히스타민제, 마약류(??) 등등까지 아주 다양하게 서술해았고, 
침술 등 비의학적인 처방 뿐 아니라 효과가 확증되지 않은 처방에 대해서도 확증된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알레르기가 편두통을 유발한다는 믿음으로 알레르기 전문의에게 처분을 맡긴 경우 
"정교한 민감성에 대한 검사가 의식처럼 따를 것이고 이어서 '감동적'인 규칙과 금지목록을 내놓을 것이다. 먼지와 꽃가루를 피하고 침대보와 베갯잇을 바꾸고 고양이를 쫓아내고 음식에서 맛있는 것을 모두 제거하는 등의 생활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305쪽"
그러나 그닥 의미있는 상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통쾌한 기분이었다!ㅋ
 
그러나 내가 이 저자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중요한 규칙은 하나뿐이다.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니 가장 큰 잘못은 환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474쪽
 
편두통을 의사가 중요하지 않게 여기거나, 혹은 자기가 잘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여기거나... 이런 것들이 편두통 환자를 더욱 고통속으로 넣을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편두통으로 인해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휴지기를 갖는 환자에게 휴지기를 처방으로 앗아간다면 새로운 힘이 나오지 않는다는 여러 임상기록도 그 근거가 된다.
 
4. 결론. 내 병을 받아들이는 것. 자연스럽게 자연과 어울리는 것.
 
이런 매커니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든 편두통은 직접적으로 또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을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편두통은 다른 많은 정신-신체적 반응과 비슷할 뿐 아니라, 몸의 언어나 꿈의 언어와도 비슷하다. 이런 언어들 가운데 우리는 원시적인 언어를 선택한다. 그 언어는 말이라는 언어 이전에 시작되어 진화되어 온 것이다. 왜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자율신경증상이나 몸짓이나 이미지의 언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행위는 퇴행적인 것이지만, 결코 폐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빈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정신을 보여주는 최고의 그림이다."
-425쪽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