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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탄생

기루짱 2023. 6.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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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17/06/28 14:40 hyunaaa.egloos.com/2218869 덧글수 : 0

 

김보성,김향수,안미선 지음/오월의 봄
 
나올 때부터 리스트에 있었던 책인데 이제 봤다. 
2014년 발행11월 발행인데..-_-;
 
모유수유는 모성강화를 위한 거대한 음모론이다...라고 말하고 다닐 만큼 
나 역시 충격적이었다.
좋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으니까.
 
이 책의 첫 장이 그 내용으로 시작했다.
"산후조리원, 엄마를 찍어내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모유수유 열풍이 불었다. 서구의 경우 분유의 품질이 향상되기 시작한 1930년대부터 거대 다국적 분유회사들의 연구와 선전, 로비로 분유수유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60년대 이후 여성해방의 물결이 일면서 모유수유가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모유수유율이 급감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한국전쟁 직후 원조물자의 하나로 탈지분유가 도입되면서 분유의 존재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선진 문물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일부 부유층은 일제 분유를 어렵게 구해 먹이며 대중과 구별짓기를 시도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정부가 축산진흥정책을 펼치면서 젖소가 대량 수입되었고 이에 따라 유제품의 소비가 대규모로 촉진되었다. 분유도 그 중 한 품목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모유수유가 다시 강조된 것은 인공수유의 부작용을 목도한 세계보건기구가 모유수유 촉진 노력을 전개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였다. 세계 도처에서 엄마 젖을 먹었다면 살릴 수 있었을 아이들이 면역 결핍이나 영양실조, 설사로 목숨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의 경고를 받아들여 각국은 1990년대 이후부터 인공수유에 대한 과장 광고를 규제하고 모유수유를 지지하고 보보하기 위한 정책을 폭넓게 펼치기 시작했다."
 
책 전반에 걸친 내용은 여성의 몸, 여성의 인권이 아니라 자본,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육아, 출산 정책이다.
그에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까기 하다.
 
내 생각에 모유가 부족한 엄마들/아이들에게 분유는 절대 "선"이다. 
옛날엔 모유가 부족한 엄마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정말 없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아이들이 굶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그런데 왜 부족한 모유를 쥐어짜느라 몸도 마음도 탈탈 털릴 지경이었는지!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손목을 다친 가장 큰 이유는 모유 짜기에서 였다.
 
이제 육아로 넘어가 보자. 
나 역시 "엄마들의 힘듬에 응답한 것은 '자본'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육아과학이 상품화 되자 이전까지 계몽 대상이었던 엄마들이 소비자로 호명되었다."(102쪽)
 
 
그럼에도 육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특히 알 수 없는 불안에 대한 점들인데 그에 대해 명확하게 서술해 주는 부분도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율리히 벡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특징을 위험사회라 부르며 "위험사회를 나타내는 것은 제조된 불확실성들이며 이는 환경문제와 같이 기술적 경제적 발전의 의도치 않은 부작용들로, 과학적 기술적 진보가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거꾸로 제조된 불확실성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129쪽)
 
"여성은 이제 근대성이 만들어진 위험까지 대응해야 한다."(133쪽)
 
왜 많은 엄마들이 안아키에 빠졌는지 이해하려면 이 부분을 꼭 읽어야 한다. 흑.흑.
내 주변에 똑똑한 친구들도 안아키에 빠진 아이들의 꽤 많았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기대는 신화에 가깝다. 
사람들의 선택과 행위는 사회적 환경에 의해 제한되는데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나 위험을 통제할 수 있을까?"(143쪽)
 
이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깨어있는 시민, 깨어있는 엄마, 깨어있는 여성으로 노력하는 것은 그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럼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엄마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단 말이다!
 
워킹맘 전업맘 내용에선 여성학자 박혜란의 글이 다시 보였다.
 
"워킹맘들이 시시때때로 '아이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나'라는 회의에 젖는다면,
전업맘들은 '돈도 못 벌면서 아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니 이게 무슨 꼴인가'라고 자책을 한다."(235쪽)
 
근데.. 근데.. 키우면서 진짜 힘든 건 이거였다.
 
"사람이 노력해서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내가 알았을 때,
내가 모든 시행착오를 겪고 과정을 겪으면서 애가 더 멍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런데도 내가 쉽게 나를 바꾸지 못하는 게 정말 미안한 일이지.(울음)"(257쪽)
 
인터뷰 구술 기록에서 나온 글이다.
나도 힘든데... 내가 떠맡은 것들까지 나를 누를 때...
이런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
어느 누구도 답을 해줄 수 없는 
철저한 고독과 슬픔이...
유령처럼 떠돌며 엄마들을 옥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게.
이를 어쩌나....
 
 
 
마무리.
 
돌잔치에 대한 언급에서(아기는 언제나 이벤트 중 편)
"여성들은 ... 365일 24시간 집에 고립되어 사회와 단절된 채 수행한 노력을 인정받는 공식적 자리로 활용한다."(185쪽)
 
수많은 여성들이 그랬구나. 
난 돌잔치..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했다.
단절된 상태에서 보고 싶은 친구들을 볼 기회로 돌잔치를 써먹었다. ㅜ.ㅜ
 
"우리 만난 엄마들은 평범하지만 처절했다." (268쪽)
 
이 책을 보며... 제 각기 처한 수 많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니... 정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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