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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 가장 충격적인 죽음 앞에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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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 가장 충격적인 죽음 앞에서

기루짱 2023. 6. 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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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17/10/20 04:51 


 

죽음을 다룬 그림책은 꽤 많다.
철학적인 죽음에 대한 의미부터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등. 삶의  한 장면처럼 은근히 넣는 책도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본격적으로 모아 올리겠지만..
오늘 올리는 책은 그중에서도 아주 적나라한 상실을 그린 그림책이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온통 시뻘건 이책은 첫 문장이 이렇다.
죽음을 다루더라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 은유나 비유가 많은데 무릎딱지는 매우 직설적이다.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이의 가장 큰 존재 엄마다.
엄마가 없으니 아침에 토스트 먹는 것도 내 맘에 안 들고 아빠는 미숙하기 짝이 없다.
엄마 냄새를 지키려고 창문을 꼭꼭 닫고
아프면 들리는 엄마 목소리를 들으려고 상처에 자꾸 상처를 낸다.
언젠가 상실의 아픔을 치료하는 것은 상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에서 시작된다는 글을 봤다.

어느 엄마가 아이를 잃었는데 주변에서 잊으라며 아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들만 했다.
3년이 지난  어느날 그녀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정신과 상담 간판을 보고 버스에서 내려 병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우울증을 호소하다가 아이를 잃은 사실을 말했다.
그때 의사가 물었다.

 

아이의 이름이 뭔가요?
 
그녀가 3년만에 아이 이름을 말하자 그동안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다.
아이를 말하지 않는 동안 그녀는 아이를 애도할 수 없었고 그것이 죽은 아이와 이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의 글이었는데 이 글을 보면서 주위의 선의라는 것이 도리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에 대해, 호명이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꽃까진 아니더라도- 생각했던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온통 뻘겋고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지만 그 아이가 잘 이별하고 있음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을 겪어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혼자 꺼내 본 7살 아이가 처음에 외쳤다.
어? 어떡해!

가서 책을 읽어주고 한참 후에 저녁 먹고 샤워하는 데 아이가 다시 말했다.

그 아이 너무한 거 아냐?
(번역: 그 아이한테 인생이 너무한 거 아냐?)
그럼 너무하지.
만약에 엄마가 없다면... 하고 생각했니?
누가 밥주고 샤워시켜 주나 하고 생각했나?
그러고 보니 다시 엄마 좋아, 엄마 껌딱지가 된 게 이 책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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