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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지음 / 창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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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지음 / 창비

기루짱 2023. 6. 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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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20/10/29 18:20 hyunaaa.egloos.com/2243636 덧글수 : 1

1. 지은이
김지혜 : 강릉 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라고만 책소개에 되어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는 여성단체활동가, 법제처법조인, 사회연구자 등 다양한 표현이 떠올란다. 어떻게 이런 연구를 했지? 대단하다!
 
2. 목차
 
프롤로그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
 
'결정장애'라는 말부터 시작. 여기서 장애라는 말이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들릴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말로 시작해서 비정규 노동자에게 식용유를 주는 사소한 사건, 한국인 다 되었네요 라는 말 등이 어떻게 차별인지 말하면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꺼낸다. 단어가 주는 섬뜩함에 몸서리치는 순간.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강렬한 프롤로그다.
 
1부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탄생
 
1장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왜 차별인지, 차별이 아닌지 짚어보면서 시작. 문제제기가 참 좋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민도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무언가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호의로서 일하고 싶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의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행위이다."
 
2장 우리는 한곳에만 서 있는 게 아니다
 
"예컨대 흑인이면서 이성애자 남성인 사람은 인종차별의 문제만 없다면 주류가 된다. 마찬가지로 여성이면서 백인 이성애자인 사람은 성차별의 문제만 없다면 주류가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여성이고 흑인이면서 동성애자라면 어떨까? 앞에서 말한 흑인 여성들의 사례처럼 차별을 단면적으로 접근하면 어디에서도 구제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흑인 내에서 주변화되고 여성 내에서도 주변화되면서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은폐되는 것이다."
 
인종을 가로지르는 성범죄에서 백인 남성은 백인 여성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사실은 인종 편견을 강화한다. 흑인여성이 동등하게 보호받지 못해서, 흑인 대법관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에게 성희롱을 받았다고 폭로한 흑인여성 애니타 힐은 비난에 시달리다 대학 교수였던 학교를 떠났다.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너무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3장 새는 새장을 보지 못한다
 
'딱지와 얼룩' 소제목에서는 지방대 차별을, '차별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는 소제목에서는 구조적 차별을 이야기 한다. 참 제목을 잘 짓는 연구자인듯.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것 같다. 어휘 선택에서 감성을 자극한다. 아, 이것 때문에 내가 더욱 끌린 건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전공과 진로의 선책이 과연 사회적 차별과 무관할 수 있을까? 여성으로서 어떤 전공이 취업에 유리할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게 되어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이 좋을지 등의 선택은 이미 노동시장과 사회 전반의 차별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여성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리한 조건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 조건에 맞추어 행동한다. 그리고 아니러니하게도 그 결과는 차별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1947년 케네스 클라크와 메이미 클라크의 인형실험. 3세 7세 흑인 아동들 앞에 백인인형 2개, 유색인형 2개 놓고 "가지고 놀고 싶은 인형은 어느 것인가요?" "착한 인형은 어느 것인가요?" "나빠 보이는 인형은 어느 것인가요?" "예쁜 색의 인형은 어느 것인가요?" 질문. 대다수의 아이들이 백인 인형과 놀고 싶다 선택. 마지막 질문. "자기랑 닮은 인형은 어느 것인가요?" 
끔찍한 실험 결과와 "제가 얼굴이 타서 엉망이 되었어요."라고 변명을 했다는 아이의 말은 안타까움 이상이다.
195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실험에 주목하여 흑인과 백인 학교를 분리했던 정책을 철회. 
 
2부 차별은 어떻게 지워지는가
 
4장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이유
 
"실험결과,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가들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깎아내리는 장면을 더 재밌어한 반면, 사회적 지위가 낮은 대학생들은 반대로 하급자가 상급자를 깎아내리는 장면을 더 재밌어했다."
 
"특히 유머로 던진 말에 정색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유머와 놀이를 가장한 비하성 표현들은 그렇게 가볍게 만드는 성질 때문에 역설적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런 언어 공격은 인간 내면의 아주 본질적인 부분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반면, 그 말이 왜 문제인지 설명하기는 너무나 어렵고 설명할 기회의 순간은 너무 짧다. 우리는 대개 말문이 막힌 채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친다."
 
5장 어떤 차별은 공정하다는 생각
 
식용유세트, 여사님, 목줄. 소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다.
 
6장 쫓겨나는 사람들
 
아서 골드버그 대법관의 별개의견 중. 
"대중시설에서 동등한 접근을 거부당하는 순간 개인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 민권법의 주요 목적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차별은 단순히 지폐나 동전이나 햄버거나 영화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종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그를 공공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때, 그가 당연히 느낄 모멸감, 수치심의 문제이다."
 
사건의 발단은 1964년 미국의 남부 애틀랜타주의 한 모텔 주인이 흑인손님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의회에서 민권법이 통과되자 모델의 주인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모레턴 롤스턴은 통과된지 2시간 남짓 지나 직접 소송을 제기.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손님을 선택하고 자유롭게 영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 
 
1964년 민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미국 법원들은 대중시설에서 흑인 거부 분리가 괜찮다고 판결. 1867년 필라델피아 주대법원은 웨스트체스터와 필라델피아 철도회사 대 마일즈 사건에서 '하느님은 흑인과 백인을 달리 만들었고, 그래서 불쾌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니 인종분리는 자연스럽다. 분리시킨다고 우열을 매기는 것이 아니다. 인종 간에 싫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서로 분리해도 된다.'고 판결.
 
이후 1870년대 짐크로법. 입구, 화장실, 시설, 화장실, 개수구 등을 분리하는 법.
1896년 플레시 대 퍼거슨 판결. ' 두 인종의 사회적 평등은 서로의 장점에 대한 상호인정과 개인들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른 자연스러운 친밀감의 결과여야 하며 그렇게 되기 전까지 자신들의 편안함을 위해 또 공중의 평화와 질서유지를 위해 기존의 전통과 관습을 따를 자유가 있다."
 
이후 1964년 민권법, 1965년 투표권법, 1968년 공정주택법의 제정으로 해결의 실마리.
 
흑인여성 밀드러드 러빙과 백인 남성 리처드 러빙 부부가 제기한 '러빙 대 버지니아'재판. 1959년 1심 판결은 '전능하신 하느님이 인종을 백인, 흑인, 황인, 말레이인, 홍인으로 창조하였고, 서로 다른 대륙에 살게 하였다. 그의 섭리를 방해하지 않고서는 그런 결혼의 이유가 없다. 그가 인종을 구분했다는 사실이, 인종을 혼합할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 판결로 1년 징역 유죄 선고, 25년동안 버지니아주로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25년 집행유예 받음. 
1967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
 
다시 아서 골드버그의 의견. 차별은 모멸감, 좌절감, 수치심의 문제. 즉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다.
 
7장 “내 눈에는 안 보였으면 좋겠어”
 
퀴어 축제에서의 발언. 공공의 장소에 입장할 권리를 차별의 관점에서 짚어본다. 그리스의 폴리스에 입장할 수 없었던 사람들까지. 
 
 
3부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
 
8장 평등은 변화의 두려움을 딛고 온다
 
세상은 아직 충분히 정의롭지 않다. 
"멜빈 러너는 사람들이 공정세계 가설을 품고 산다고 말한다. 세상은 공명정대하고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그래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어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믿음은 필요하다.
문제는 부정의한 상황을 보고도 이 가설을 수정하지 않으려 할 때 생긴다. 세상이 언제나 공명정대하다는 생각을 바꾸는 대신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왜곡하여 이해하기 시작한다....(중략)...왕따, 성폭력, 가정폭력 등 수많은 사건들에서 우리는 종종 피해자를 먼저 의심한다."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다수자와 소수자의 자유는 같지 않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지적하듯이 다수자는 소주자의 의견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소수자는 소수자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된다."
 
9장 모두를 위한 평등
 
"소수자가 차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억압된 상태에서 해방되어 가시적인 정치적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 평등을 쟁취하려는 의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강조하는 접근은 기존의 분리된 체제와 낙인을 심화시키거나 유지시킬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예컨대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장애인에게 불리한 사회구조를 보완하는 기회와 자원을 제공하겠지만, 동시에 장애인이 사회의 지원을 받는 열등한 수급자라는 집단적 낙인을 만들 수도 있다. 집단의 차이를 강조할수록 차별이 고착될 것 같기도 한 이 차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완전 동감. 그래서 억울하면 성공해 라고 하고, 개인의 불굴의 노력으로 그 불리함을 극복한 성공신화를 칭송한다. 
결국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딜레마!
그러니 어때? 현재의 불평등이 더 편하지 않은가?
 
10장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평등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평등은 인간 조직이 정의의 원칙에 지배를 받는 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상호 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1> 에서 마지막을 장식. 
아, 한나 아렌트다!
 
에필로그 우리들
 
3. 느낀 점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열었다해서
연체가 되는 바람에 데크에 여러권 놓여있길래 들고 왔는데...
공들여 읽기 참 오랜만.
밑줄 긋고 싶어 혼났다.
...
선량한이란 말에 숨은 차별주의자.
무시무시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
함께 읽고 싶기도 하고
나부터 다시 읽고 싶기도.
 
4. 한줄평
 
나의 선량한 마음에 숨은 차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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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mic71 2020/10/30 02:22 # 삭제 답글
2장과 같은 그런 문제 때문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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