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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기루짱 2023. 6.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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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21/05/08 13:25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난다 펴냄

정세랑의 첫 장편.
한 십몇년 전쯤 부터 볼 책 리스트에 있었다.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하다 찾아보니 정세랑이라 냉큼 빌려왔다.
찾아보니 2011년 발행이다. 기억엔 훨씬 더 전에 리스트에 올렸던 것 같은데. 왜냐면 그 해에 출산을 하던 해라, 보고 싶은 책 리스트를 뽑았을리가 없는데. 여튼.

책 중반까지 설렁설렁 읽었다. 줄거리보다 한줄한줄이 재미있어서 계속 읽었다.
줄거리로 정하자면 재미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을 줄거리인데... 재미있다.

그러다 뒤로 갈수록 몰입이 커진다. 작가후기 보니 온라인 연재를 해서 그런가?! 여튼.

툰드라 사람들은 그곳을 툰드라라고 부르지 않았다. 언제나 겨울인 들판, 이라고 자조적으로 칭했을 뿐이다. 자조적이되, 절망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79쪽, 러브 오브 툰드라 중에서

농담이 되고 싶습니다.
간절히 농담이 되고 싶습니다.

생명력 있는 이야기는 결국 읽는 이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농담이 되는 것 같아요.(중략)

이렇게 소설이 종이의 질량마저 버리고, 대신 세기를 뛰어넘는 에너지를 얻으면 농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낯모르는 시간과 공간까지 날아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입속에서 슈팅스타처럼 톡톡 터지고 싶어요. 이야기가 그렇게 살아남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중략) 가벼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무게라는 게 있다는 걸 매일매일 절실하게 배우고 있어요.

-245쪽 작가의 말 중에서


첫 장편에 이런 후기를 쓰다니, 이 작가 가벼움의 미학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다. 근데 툭툭 치는 게 가볍지 않다.
지난번책도, 이번책도 작가 후기를 메모하고 있는, 내 시간, 인생에 들어온 진짜 특이한 작가.
이 작가의 잽에 계속 당하고 있다. 계속 맞고 싶도록,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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