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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 지음

기루짱 2023. 6.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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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22/10/14 13:42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1. 지은이 : 최재천
 
전 서울대 동물학부 교수 / 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교과서에 많이 실린 저술가
말씀도 잘하시고 방송도 많이 하시고 유튜브도 하시고 모르면 간첩?
그분의 첫 책이다. 
20년도 더 됐는데 지금도 읽힘.
 
 
2. 목차
 
1. 알면 사랑한다
2.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3.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4.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다
 
 
3. 책 속에서
 
연인이나 친구에게는 불륜과 배반의 흔적만 보여도 가차없이 절교를 선언하지만 민족과 국가의 앞날을 짊어져야 할 정치 지도자들의 부도덕에는 슬며시 눈을 감으며 ‘깨끗한’ 한 표를 건네는 우리 유권자들. 이 엄청난 모순 앞에서 나는 종종 동물들의 사회를 떠올린다.
 
하지만 진화란 언제나 좀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히 도덕적인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어느 동물들보다 유난히 도덕을 운운하며 사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간이 이처럼 ‘도덕적인 동물’로 진화하게 된 이유는 도덕과 윤리 기준에 맞게 행동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직접 또는 간접으로 이득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간의 약속 이행에 의견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이란 걸 만들었고 변호사라는 직업도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법을 아무리 주도면밀하게 만들어도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성이 기본이 되지 않는 한 올바른 사회질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 개미들의 삼국지, 여왕개미들의 동맹맺기 중에서
 
 
고등학교 시절 어느 영어 참고서에 "굴을 이 세상에서 제일 먼저 먹기 시작한 사람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짤막한 글이 실린 적이 있었다. 
 
그들이라고 우연히 발견한 맛있는 음식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새로운 식단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일단 먹어봐야 하고 먹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터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어리석음, 안전한 먹을 거리가 건강에도 좋다 중에서
(굴도 그렇고 전복도 그렇고 새우도 그렇고 아니 짐승 고기도 그렇다)
 
 
"만일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둘 중 하나는 없어도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기지가 번득이는 궤변이다. 
 
- 갈매기의 이혼, 새끼를 잘못 키운 쌍은 갈라선다 중에서
 
 
인간이 참으로 특별한 종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인간도 엄연히 이 자연계의 한 구성원이며 진화의 역사에서 예외일 수 없는 한 종의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틀림이 없다.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 없이 동물 속에 있다. 왜냐하면 그 옛날 생명이 최초로 탄생한 바닷속을 떠돌며 우연히 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 있게 된 그 DNA의 후손들이 지금도 내 몸 속, 침팬지의 몸 속, 그리고 개미의 몸 속에 함께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 동물 속에 인간이 보인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개미들의 세계 중에서
 
 
4. 감상평
 
한편 한편의 글을 읽다가 원서를 본 듯 뿌듯함.
20년 전의 글이지만 아직도 유효한 관점.
인간의 관점을 동물 생태 자연으로 돌려놓는, 생태 환경 자연 인류 주의자의 따뜻한 혹은 혁명적인 글.
 
 
5. 덧붙임. 정독도서관 글쓰기 수업에 낸 글.
 
 

"모기가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제비는 연미복의 뒷단이 길면 길수록 제비 암컷들이 좋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암컷들이 보는 것은 길이만이 아니라 양쪽 균형도 중요한데 한쪽 꽁지가 조금 잘린 수컷들은 암컷의 눈길조차 끌기 어렵다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대개 암컷들의 선택을 받아야 번식할 수 있어서 화려한 자태를 뽑낸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니까 제비 암컷들은 수컷 제비들을 보면서 쟤는 꼬리가 짧네”, “쟤는 꼬리 길이가 멋진데, 양쪽 길이가 안 맞아!” 하면서 제비 수컷들을 평가하고 있을 거란 얘기다

 

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출간된 지 20년도 더 됐지만, 동물연구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데다, 동물 생태는 오랜 유전적 속성을 가지고 있어 쉽게 변하지 않아 아직도 호기심이 이는 대목이 많다

 

제비들의 미적 감각을 읽으면서 인간만큼 복잡한 미적 감각을 지닌 동물이 있을까 싶다. 키와 몸무게의 비례는 물론, 머리와 몸의 비율, 심지어 발목과 팔목의 둘레까지 미적 감각에 포함시킨다. 여기에 패션을 더하면 한층 더 복잡해진다. 이미 황금비율이 고대적부터 내려온 것을 생각하면 인간이란 동물도 참으로 신기한 동물이다.

 

그럼 다른 동물들에게 인간은 어떻게 보일까? 자신의 털도 아니면서 겉에 치렁치렁 감고 다니고, 둥지를 트느라 이런 정성을 들이는 동물은 없을 거다. 온갖 도구로 둘러싸인 둥지를 보면 큰 다람쥐소굴처럼 보일까? 지구 생태계 다른 동물들에게 걸어다니는 인간이란 동물은 참으로 신기할 동물일 거다. 장구한 지구 생태계에서 보면 인간도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으면서 말이다.

 

많은 지구 생태 동식물들은 이런 인간의 발전을 보았을 거다. 불과 수만 년 전만 해도 맹수에게 쫓기며 맨몸으로 다녔을 인간을 말이다. 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는 루시를 보면서 ‘150센티미터의 작고 연약한 인간의 조상이, 밤에는 맹수를 피해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지새우고, 낮에는 맹수들의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먹을 것을 찾아 다녔을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날 것 같다고 했다. 루시는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다. 이상희 교수가 이런 말을 한 것은 그렇게 살아남아 인류를 퍼트린 루시의 대견함 혹은 애틋함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아 70억 이상의 개체로 번성한 인간은 자연 생태계를 마음껏 파헤치고 변형하고 이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이용에는 단순히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해가 된다면 불 지르고, 죽이고, 아예 씨를 말려버리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는 심지어 같은 종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최재천 교수는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DNA가 우리 안에 살아 숨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살생의 역사에서 인류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타인과 어울려 지내며, 같은 종족을 보호하는 것이 더 이롭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약육강식의 사회가 아닌, ‘도덕에 대한 인간 지성이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인권이란 개념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국민을 동원해서 전쟁터에 나가 서로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개미들의 전쟁과 다를 것이 없다

 

이제는 인간다움에 대한 시대다. 2차 세계대전이 남긴 피해에 대해 학교 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아직 DNA에 새겨지진 않았더라도 도덕적 인간이 되기 위해 교육으로 극복하려는 인간이란 동물은 역시 만물의 영장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NA는 우리 안에 불쑥 살아나온다. 왜 사람을 죽인 맹견을 죽이지 않느냐거나, 난 고양이가 싫은데 왜 밥을 주냐며 캣맘을 증오하거나, 비둘기가 자리를 틀지 못하게 도시 곳곳에 침을 세워 둔다거나, 벌레만 나타나면 기겁하고 살충제를 뿌리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들이 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비 잎에 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내다 버린 지인도 있었고, 학교에서 키우는 히비스커스 잎에 부작용이 일었다면서 학교에서 그걸 뽑아버리지 않는다고 하는 지인도 있었다

 

 DNA는 동물적인 것이라 중심은 오로지 나의 생존’,  에 집중되어 있다. 지독히 이기적인 이 DNA는 나를 위해 뭐든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자칫하면 나의 불편을 이유로 장애인을 공격할 수 있고, 나아가 타인의 아픔을 눈 감아 버리고, 약자를 밀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공격은 방향만 바꾸면 나를 향해서 올 수도 있다

 

모기가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딸에게 이곳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고 말해본다. 물론 어쩔티비 하면서 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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