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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기루짱 2023. 6. 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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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22/11/11 12:04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0. 미셸 자우너 Michelle Zauner

재패니즈 블렉패스트 가수, 기타리스트.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
음악을 하겠다고 하였으나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진 빛을 보지 못했고, 
2014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주목받기 시작.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에세이를 써서 <뉴요커>에 냈는데 인기를 끌었고
2021년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동안 음반도 3개를 냈다.
2022년 국내 번역되어 나옴.
책에 나온 엄마의 모습으로 한 재킷은 1집이다.

1. 목차 

"엄마에게 이 책을 바친다"

H마트에서 울다
울긴 왜 울어
쌍꺼풀
뉴욕 스타일
와인이 어딨지?
암흑 물질

언니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살아가기와 죽어가기
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 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법과 질서
묵직한 손
사랑스러운
내 사랑은 계속될 거예요
잣죽
작은 도끼
망치 여사와 나
김치냉장고
커피 한 잔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2. 책 속에서

나는 엄마가 다 쓰러져가는 우리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엄마가 우리집의 온갖 누추함을 조목조목 집어내어 비판하거나 내가 해고됐을 때 그랬듯 신랄하기 짝이 없는 직언을 남기면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 하지만 엄마는 일언반구 평가의 말도 없이 그냥 부엌으로 갔다. 엄마는 벽에 기대어둔 자전거 컬렉션을 건드리지도 않고 좁은 통로를 용케 빠져나가고, 심지어 부엌 뒷벽에 뻥 뚫린 구멍을 못 본 체하는 아량까지 베풀었다. (...)
엄마는 부엌 천장이 저마다 따로 놀고, 그릇은 하나같이 중고 할인점에서 구입한 것들 아니면 내 룸메이트 부모님 집에서 안 쓰는 걸 가져온 것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아무 논평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가 내게 선물한 물건들-오렌지색 락앤락 통, 캘파론 팬-을 찾아냈고, 비로소 소매를 걷어붙이고 H마트에서 사온 고기를 도마위에 펼친 다음 조리용 망치로 콩콩 두드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내게 뭐라 중얼거릴지 계속 기다렸다. 허름한 가구와 구석구석 쌓인 먼지와 이가 나가고 짝이 하나도 안 맞는 접시 외에도 엄마는 분명 내 눈에 들어온 것 이상을 보았을 텐데. 예전에 내 몸무게와 얼굴 주름과 자세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어보며 낱낱이 평가하고 지적하던 엄마니까. 
- 83쪽 

자우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을 지켜보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받은 깊은 상처를, 그 쓰라린 상실감을 음식에 대한 추억을 매개로 성숙하게 수용해 나가는 모습을 자신의 글로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의 고독을 이해하려 애쓰고, 결함투성이인 아버지를 연민하고,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공유하는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40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3. 감상

일단 잘 읽히지 않는다. 처음엔 저자의 문제인가 했는데 번역자의 문제인 것 같다. 
번역자가 쓴 옮긴이의 말을 보니 자신의 글을 훨씬 잘 쓰는 사람인 것 같다. 미나리의 딸 이야기 시작해서 이민자의 삶, 그 상실감을 음식으로 표현해 낸다는 것, 그러나 엄마를 이민자 엄마로서가 아니라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을 연민하고 포용하면서도 자신 역시 다양한 모습을 가진 자신 이라는 답을 찾아갔다는 글이 더 와 닿았다. 
자우너의 글에서 느껴지는 건 작가의 성실함과 시선의 꼼꼼함 이다. 한순간도 뭉뚱 그리지 않고 세세하게 기록하고 써냈다. 예술가적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세밀한 서술이 인상적이었다. 
방심하다가도 펑 터져 울다가, 또 울까봐 준비하고 있었는데 감성이 젖어들지 못하고 책을 다 읽고 덮게 되어 아쉬웠다. 
먹먹하게 울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엄마 잃은 슬픔은 그 어디에 비할 데가 없을 슬픔일 테니. 
그래도 젊은 작가의 앞날을 응원하며 재패니즈 블렉패스트를 애플뮤직에서 틀어놓고 쓴다. 
다 읽고 나니 엄마 맘에 더 가까운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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