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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일기

수업일기-좌절사이2

기루짱 2023. 6. 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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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정래 <어떤 솔거의 죽음> 에 실린 <인형극> 을 읽고

중학생들과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땅콩회항이 있기 전의 일이다.

아이들은 뜻밖에도 "월급을 주는 사장이 시키는 심부름은 할 수 있다, 해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책 속 장면은 분명 사립학교에 자신의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시키는 장면도 들어있다. 

"댓가를 받았기 때문에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2. 하은경의 <황금열광>을 읽고

역시 중학생들. 

"돈을 받고 대신 감옥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얼마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군대 대신 감옥에 다녀오면 10억을 받을 수 있다면?"이라는 물음에

"10억은 고민해 볼 것 같고, 100억은 가겠다"고 했다. 

한 아이만 "감옥에 다녀온다 것은 이후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고,

다른 아이는 "100억인데?"라고 했다. 

 

진실을 추적하느라 가족을 돌보지 않는 형사에 대해 "가족을 위험에 빠트린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고,

"그렇게 치면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잘못된 행동을 한 게 아니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3. 독도

'다케시마의 날' 기사를 읽고 "독도는 누구 땅이냐"라는 질문에 6학년 아이가 "모른다."라고 했다.

근거를 물었더니 "일본 땅일 수도 있고, 우리 땅일 수도 있다. 둘 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가 뭐냐?"라고 물었더니 "나도 모르니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 발언을 들은 옆의 아이들에게 기분을 물으니 "무척 나쁘다"고 했다.

"왜 기분 나쁜 것 같냐"고 물었더니 "뭔가 내가 알고 있는 것, 우리 나라에 대해 부정당한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모른다'고 말한 학생에게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이기 때문에 너의 발언은 상대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으나, "나는 상관없다"고 했다. "독도도 상관없고."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날이어서 "오늘 수업이 어려울 것 같으니 가도 좋다"고 했으나 "귀찮아서 가지 않겠다"고 했다. 

여러 자료를 읽은 후 아이들은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여러 방법들"을 써서 냈다. 그 중에는 역사공부의 필요성,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 등등을 생각해 냈다. 

모른다 학생에게도 "수업을 들은 너의 생각은 어떠니? 쓸 수 있으면 써보라"고 했다. 

아이는 "쓸 수 있지만 안 쓰겠다"고 했다. 

"못 쓰는 거니 안 쓰는 거니?"라고 묻자 "안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내 생각에도 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본인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게 뭐가 중요하랴 싶어 쓰지 말라고 했다. 

 

1번 사례는 오래전 일이고, 내가 그렇게 흥분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2-3번 사례를 겪으면 흥분이 됐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혹은 긍정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논술 수업에서 너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알려주지 않으면 어디서 알까 싶기도 하고,

이런다고 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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