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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여자혼자떠나기_유럽편/여행후기록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세계

기루짱 2009. 1. 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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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싸고, 여행물품 준비하고, 환전, 직불카드 마련, 여행자 보험 가입, 비엔나의 숙소 예약 등. 그리고 카드번호, 여권번호, 사진 등 비상 서류 준비한 것은 건너뛰자. 아, 주요 사이트 적어간 것.
저가항공 www.expedia.com
숙소 www.gomio.com
유럽열차시간 www.rahrplan.com

국내 항공을 타고 갔기 때문에 환승을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내린 순간부터 멍했다. 그 넓다는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환승하러 가야 하는데 어딘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패키지 손님들은 따로 모이고 한국인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가는데 난 갈 곳이 없었다. 물론 모두 외국인이었고. 영어로 뭐라 물어야 하나 입을 떼려는 찰나, 한국인 직원이 한 명 보였다
둘러싸여 있는 직원들 틈에 끼어 물어보는데 남들은 모두 파리나 독일에 내리는데 그곳에서 비엔나로 들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지 직원에게 가서 물어보는데 마침 그쪽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중이니 타고 가라는 게 아닌가.
바로 옆에 한국인이 있어 물어보니 파리 가는 비행기 환승 시간이 짧아서 예약되어 있으셨단다. 난 덕분에 그 차를 얻어타고 복잡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나가 가볍게 환승할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오자마자 웬 횡재냐 싶었다. 중간에 여권을 달라길래 줬더니 유럽입국도장까지 모두 받아다 주었다. 완전 vip대우.
기쁨도 잠시. 혼자 탑승구에 앉아 대기하고 있으려니 뭐라고 뭐라고 방송이 계속 나오는데 혹시 내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지, 내가 탈 비행기에 대한 것은 아닌지 계속 거슬리기 시작했다. 한국시간 새벽 1시. 그러나 그곳은 오후 5시. 시차로 인한 피곤함을 달래려 구석 조용한 곳에 앉아있었으나 결국 방송이 잘 들리는 스피커 아래 앉아 방송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첫여행의 긴장.
아무런 사고 없이(?) 예상시간이 되자 탑승구가 열렸고 탑승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항공 기내에선 슈베르트의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옆에 탄 외국인은 양복을 입고 책을 보고 있고, 앞에 탄 외국인은 나를 자꾸 쳐다보는 것 같다. 옆자리 외국인에게 실례를 하면 안될 것 같고, 앞의 외국인은 긴장을 좀 하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았으나 잠시 후 난 머리를 흔들어가며 졸고 있었다. 긴장도 피로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짐 사고가 많이 난다해서 짐 안 부치려고 했다가 출국장앞에서 걸려 비행 30분전에 다시 짐 부치고 인천에서 출국했다. 정말 별 걱정을 다 하면서 나왔다. 좀 한시름 놓았다. 아무 문제도 없다!

비엔나에 내려서 버스타러 나가는데 뭔가 허전하다. 아, 입국도장.
이대로 가면 불법입국자 되는 거 아냐? 다시 짐을 들고 되돌아가 전자사전부터 꺼냈다. 이미그레이션 어디 있냐 물었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코리아. 아니 그전에 어디 안 들렀는가?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갈아탔는디요? 그럼 거기서 찍었으니 됐댄다. 아, EU.

공항을 나오니 버스도 바로 있고, 행선지를 묻고 버스를 탔더니 뒷자리에 엑스파일의 멀더를 닮은 양복을 입으신 분이 나도  그쪽으로 가니 자기와 함께 내리면 된댄다. 땡큐.
이제 물어보는데 자신이 생긴다. 사람들도 친절하다. 무엇보다 짦은 내 영어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통한다!

버스에 내려서부턴 미리 예약해 놓은 유스호스텔 지도를 펴고 걷기 시작했다. 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 분명 쉬울 것이다. 밤늦은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차도 오가고 사람도 오간다. 가다 보니 더 가까운 곳에 유스호스텔이 떡하니 불을 밝히고 있다. 실내도 매우 깨끗해 보이고.
낯설음은 불안함을 가중시킨다. 잘 찾아가고 있는 길을 괜히 물어 보고 또 확인하고 하면서 골목을 꺽으니 호스텔이라고 쓰인 큰 글씨가 보인다.
다시 전자사전을 꺼내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날 보지 않는다. 가방을 내려놓고 리셉션에 예약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이름을 물어본다. 그러더니 뭔가를 적고 키를 꺼내고 바로 설명을 시작한다. 아, 맞게 예약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 한편으로 무슨 말을 이렇게 빨리 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쏘리 한마디 했더니 아, 미안하다. 깜박했다 면서 되려 아주 천천히 말을 해 준다. 못 알아들을까봐 내용이 적힌 코팅된 종이도 꺼내 보여준다.

여자끼리 여행하는 것, 혼자 여행하는 것, 위험하다고 모두가 얘기하지만 막상 그렇게 모두 말할 뿐, 실제보다 그 두려움이 더 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11시간을 비행하고 환승해서 18시간만에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잠에 들었다. 닥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닥치면 없어진다. 

  • 비행기는 평일이라 한산했다. 세자리를 한꺼번에 차지하고 가는 비행이란 퍼스트클래스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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