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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여자혼자떠나기_유럽편/여행후기록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인 숙소와 한국인 여행자들

기루짱 2009. 1. 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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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착지 비엔나. 
떨리는 마음으로 도미토리 방의 키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 외국인이었다. 
리셉센에 '한국인이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분명 '매우 많다'고 답했는데 나랑은 같은 방이 아닌가 보다. 한국인은 모두 다른 건물에 있나보다 하고 짐을 정리하는데 12시가 되기 전, 그러니까 짐을 모두 정리하고 씻고 눕는데 한국인 두 명이 들어왔다. 역시!

비엔나에서 먹으려던 음식 중에 멜랑지라 불리는 비엔나 커피와 오스트리안들이 즐겨먹는다는 쉬니첼이 있었다. 커피는 카페에서 혼자 마셔도 상관없는데, 식당에서 쉬니첼을 혼자 시켜 먹기는 싫었다. 한국인 두명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음날 같이 저녁에 쉬니첼을 먹으러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장소는 맛있는 쉬니첼 음식점이 있다는 부근에서 가이드책에 나온 명소. 가이드책에 실린 사진을 서로 확인하며 그 동상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에서 30분이 넘어가면 약속은 깨진 것으로 하고 다시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이런 약속은 또 오랜만이었다.

난 한참 이른 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했고, 부근을 쏘아다니며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무슨 일이 있어서 약속장소에 못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으나 해가 어둑해질 무렵, 약속대로 장소에 나타난 두 명의 동양인 실루엣이 보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약속. 안도와 반가움은 어떤 약속의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낯선 만남과의 동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숙소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두 자매와 루트가 맞아 같이 다니기로 했다.
그다음날 공항으로 가는 길, 공항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서자 골목 앞에서 두 한국인을 만났다. 숙소 앞 골목에서부터 웨스트노반역까지 함께 이동하고 같이 우표도 사러 돌아다녔다. 짧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계속 만남.

코스가 독특했던 탓에 이스탄불에서는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기 위해 되려 한국인들이 머문다는 숙소에 찾아갔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숙소로 튤립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추천되어 있었다. 튤립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자 한국어로 인사를 해온다. 물론 터키인. 한국인 많이 있냐고 물어보니 모두 한국인이란다. 루트에 맞는 한국인을 찾고 있다고 하니 한국인이 너무 많아 되려 소개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너무 많으니 희소성이 없어 서로 봐도 반가워하지도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너무 많아 포기하고 나와 근처 이스탄불 구시가를 구경하던 참이었다. 블루모스크라 불리는 술탄마흐메트에 들렀다 나오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아야 소피아와 모스크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줄 누군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한 동양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라는 한국인이었다. 즉시 사진 몇 장 찍어주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여행이야기, 취업준비생이라하여 취업이야기를 나누는데 죽이 너무 잘맞았다. 카파도키아까지 같이 여행할 동행을 구하고 있다고 하자 우리는 어제 터키투어로 다녀왔다며 편하게 잘 다녀왔다고 한다. 그러더니 자기가 다녀온 여행사에 지금 같이 가보자며 같이 여행사로 갔다. 난 그날 저녁, 그토록 동행을 찾아헤메던 루트를 우리가 소개해준 투어로 출발했다.

터키 카파도키아 투어를 다녀왔을 땐 우리는 이미 터키를 떠나고 없었다. 오늘은 혼자 다녀야 하나 하고 톱카프 궁전을 올라가는 길에 또 다른 한국 여자아이를 만났다. 집을 나온 지 한 시간도 채 안된 시간이었다. 그날은 MJ라는 친구와 하루종일 쏘다녔다.

이집트에선 사막투어를 가기 위해 이번에도 기를 쓰고 동행을 구했다. 구할 때는 잘 안 구해지더니 막상 출발하니 터미널에 두 명의 한국인이 있었다. 보미, 수은은 그 자리에서 함께 동행이 되었다. 그러나 같이 표를 끊었는데도 차 시간이 다르다며 30분 만에 차에서 하차당하고 사막투어에선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3일후 카이로에서 기차로 11시간 떨어진 아스완에서 보미와 수은을 다시 만났을 땐, 싸안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동안 나는 바하리이야 사막에서 아카네를, 카이로에서 아스완 가는 차안에서 독일인 아주머니 수잔나와 동행한 후 헤어진 후였다.

서로 혼자인 여행자는 쉽게 동행이 된다. 혼자 떠나면 누군가와 만날 확률이 매시간 몇 백 배는 높아진다. 둘만 있어도 쉽지 않지만 혼자는 그저 일상이 된다.

떠나라. 용감하게. 애써 찾을 필요도 없었다. 어딜가나 나와 함께할 여행자들이 세계를 뒤덮고 있다.

  • 터키 카파도키아 투어에서 돌아와 만난 한국인 친구. 짧은시간 보고 헤어졌지만 기억은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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