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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 가서 오페라를 봐야지!

기루짱 2009. 1. 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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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감동은 무엇이든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첫여행지 비엔나에서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유럽 여러 도시 중에 가장 기억에 생생히 남은 도시는 비엔나이기도 하다.

비엔나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오페라는 보는 것.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노다메 칸타빌레를 직접 찍고 싶었다.^^

비엔나에는 빈 국립 오페라 극장과 국민 오페라 극장이 있다. 무엇을 공연하는지 몰랐으니 무조건 가겠노라 마음 먹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이 있었다.
내가 참고한 블로그는 여기. http://blog.naver.com/tourson/90025230758
이곳에서 공식 홈페이지를 알 수 있어 들어가 봤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홈페이지는 여기. http://www.wiener-staatsoper.at/

애초에 비엔나로 들어가려던 날짜는 27일이나 28일이었다. 그리고 31일경엔 이스탄불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들어가보니 이렇게 떴다.

1월 29일 Tuesday  keine Vorstellung
1월 30일 Wednesday  keine Vorstellung
1월 31일 Thursday  Wiener Opernball 
            display all dates 
            unter der angegebenen Nummer gefunden werden.
2월 1일   02.30 PM  Kinderkonzert 
             Die Zauberfl?e f? Kinder
             Wolfgang Amadeus Mozart
             Dirigent: Seiji Ozawa
             display all dates
 
             05.00 PM  Kinderkonzert 
             Die Zauberfl?e f? Kinder
             Wolfgang Amadeus Mozart
             Dirigent: Seiji Ozawa


무슨 말인지 검색해봤다.
29일, 30일은 공연이 없고 31일 '오페라볼'이 열린다는 거다.
오페라를 보려면 2월 1일부터 볼 수 있다는 거고.
모짜르트의 '마술피리'이긴 한데, 그것도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다.-_-;

그런데 대체 오페라볼이 뭐지?
unter der angegebenen Nummer gefunden werden.
멤버만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인가?

또 검색해봤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http://blog.naver.com/silverstella/60024450454 
오페라볼은 무도회였다!!
그것도 상류무도회.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 극장앞에서 구경이라도 할걸 그랬다. @.@)

결국 출국날짜를 31일로 늦췄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라도 보려고. 무엇보다 정확한 일정은 가봐야 알 수 있을 터였다.

비엔나에 도착해보니 여행자들 왈, 차량통제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오페라볼'이었구나 하고 감탄한다.
여행지 관광보다 오페라를 보겠노라 다짐한 난,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이라도 볼 수 있을까 국립 오페라 극장부터 찾아갔다. 가는 길에 스테판 성당 등을 '둘러서' 간 거였다. 가보니 이미 대매진 상황이었다. 어린이들이 단체 관람을 예약했던 거다.
국민 오페라 극장은 외국인을 위한 친철한 공간이 아닌 듯, 입구도 찾기 힘들었다.
(결국 시간이 다시 남아돈 덕분에 미술사 박물관 갔다가 근처를 배회하다 레오포트 뮤지엄에 계획도 없이 들러 쉴러와 클림트에 입을 쩍!)

다음날 국립 오페라 극장에 다시 갔다. 이미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들에게 정보를 들어 그날은 '사랑의 묘약'이 상연된다고 파악했다.
내가 볼 자리는 입석표. 5시부터 줄을 서면 될 것 같았다. 그동안 벨베데른 궁전에 갔다가 다시 클림트의 '키스'를 보고 나서 비엔나에 오길 정말 잘했다를 백 번쯤 중얼거린 후, 역시나 시간이 남아 일찌감치 국립 오페라 극장으로 갔다.

3시경이었는데 한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칠순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근처를 배회하자 이곳이 그 줄이라고 알려준다. 5시는 넘어야 할 테니 천천히 와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올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너무 일찍 온 것 같아, '키스'를 보고 나서 클림트에 푹 빠진 나는 근처에 있다는 클림트의 벽화가 있는 쌩떼시옹에 갔다왔다.
다시 오니 5시쯤. 이제 관광객들이 제법 줄을 서 있다. 그동안 노부부는 여전히 있다. 이제 하는 일이라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일. 역시나 할일이 없어 두리번거리다 노부부를 보니 처음 사귀는 연인처럼 어찌나 웃고 얘기하며 좋아하시는지 보는 나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노부부가 아니라 노연인 같았다. 아니 그럴지도 모르고.
그 뒤로 공연이 시작되기까지 3시간. 오래 기다린 덕에 맨 앞줄에 설 수 있었으나 하루종일 돌아다닌 덕분에 쓰러질 정도로 피곤했다. 공연은 정말 아름다웠고, 배우들의 목소리는 최고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피곤한 나는 공연이고 뭐고 다리 아프다는 생각뿐이었다. 생각해보라. 아침부터 나와서 낯선 곳을 돌아다니고 세 시간을 기다려 서서 보는 공연이라니!
극도의 피곤이 몰려오던 때, 같은 줄에 서 있는 노연인의 표정이 보였다. 외투를 벗은 정장차림의 노연인은 끄덕없이 공연을 관람했다. 그 표정이란!
아, 문화가 단지 공연이 아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낡은 오페라 극장이지만 최고 수준의 공연, 정장을 차려입은 관객들, 그리고 배낭여행자 틈에서 3.5유로를 내고서도 부끄럼없이 즐길 줄 아는 노연인.
그날, 난 여행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임을 깨달았다.

비엔나 국립오페라극장(Wiener Staatsoper). 밤 조명이 들어온 모습이아야 제법인데... 오페라 보고 나와서 감동에 찍는 걸 까먹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맨앞에 노연인할아버지가 보인다. 의자에 앉은 사람은 간이의자를 준비해온 현지인.


내 뒤로 기다리는 사람들.^^


의자는 낡았지만...

실내나 관객은 최고!


나오는 길에 노연인을 붙잡고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해서, 인상적이서 꼭 기억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행복하시고, 오래사세요!



아차!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대해서는 여기.(여기 블로그엔 오페라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다.)
http://blog.naver.com/hyeja63?Redirect=Log&logNo=100057414836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공연은 여기.(똑같은 세트다. 배우는 다르지만^^)
http://blog.naver.com/todang1103?Redirect=Log&logNo=15003762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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