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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여자혼자떠나기_유럽편/여행후기록

2008여행기록

기루짱 2023. 6. 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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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08/07/22 21:08 hyunaaa.egloos.com/611435 덧글수 : 0

여행다녀온 지 100일여.
내 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리 근육은 완전 풀렸고
다시 허리주변부로 배둘레햄이 쌓이기 시작했고,
저녁이면 일찍 집에 가고 싶고,
주말이면 내내 잠에 빠지고,
감기에 쉽게 걸리는
저질 체력으로 돌아왔다.
회사의 업무 강도는 슬슬 높아지고 있으며
관계의 스트레스는 슬슬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약속은 차츰 일상수준을 되찾기 시작했으며
나이든 딸을 둔 집안의 눈치는 커지기 시작했다.
난 지금 뭘하고 있는 건가,
일상의 압박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문득, TV에서, 어느 광고에서, 어느 소설에서
내가 다녀온 그곳이 나오면
아, 그곳에 내가 갔었지 하는 생각을 하고
문득 내가 정말 정말 그곳에 다녀왔던가,
그곳에 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넣어둔 8기가의
사진을 들춰보며
여행을 확인한다.
내가 누구며,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멀쩡히 다니는 손과 발과 눈과
무엇보다 멀쩡히 버티던 두 다리가
너무나 고마웠던,
오로지 감각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집중했던 그때.
여행의 마지막 도시 런던에서
2층 버스 앞자리에 두 발을 올려놓고
고맙다, 발아, 다리야, 하며
신기해하며 감동하며 셔터를 누르던 때.

올 휴가엔 그걸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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