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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기루짱 2024. 6. 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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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임홍빈 역/문학사상 펴냄

1. 작가소개

생략. 말해 뭐함.

2. 책 속에서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 쓴다.
더 쓸 만하 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 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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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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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 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 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주위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보다는 소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의 확립을 앞세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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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의 내 사진을 보면 러너의 몸매로서는 걸맞게 보이지 않는다. 러닝이 모자라서 필요한 근육이 붙어 있지 않았기 때문 에, 팔이나 다리는 보기에도 홀쭉하고 대퇴부도 가늘다. 잘도 풀 코스를 뛸 수 있었구나, 하고 나 스스로도 감탄하게 된다. 지금 의 내 체형과 비교하면 마치 다른 사람 같다(오랫동안 달리기를 계 속하면 신체 근육의 배치가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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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록은 참담한 것이었다.
실패의 원인은 명확했다.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 족, 달리기 양의 부족. 그것이 전부였다. 연습량의 절대 부족에 다, 체중도 줄이지 못했다. 42킬로 정도는 적당히 연습하면 어떻게든 달릴 수 있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겼던 것이리라.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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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마라톤을 할 때마다 대체로 여기에 쓴 것과 같은 심적 프로세스를 되풀이하고 있다.
30킬로까지는 '이번에는 좋은 기록이 나올지도' 라고 생각하지만, 35킬로를 지나면 몸의 연료가 다 떨어져 여러 가지 일에 대 해서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텅 빈 가솔린 탱크를 안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 같은 기분이 된다. 하지만 완주 하고 나서 조금 지나면, 고통스러웠던 일이나 한심한 생각을 했던 일 따위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음에는 좀 더 잘 달려야지" 하고 결의를 굳게 다진다. 아무리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도, 결국은 똑같은 일의 반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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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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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이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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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를 달려보면 알게 되지만, 레이스에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기든 지든 그런 것은 러너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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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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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성취의 긍지를 모색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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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력을 다하 지 않도록 '적절히' 레이스를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주자들에게 들러싸여 있으면, 그러지 않으려고 생각해도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만다, 여러 사람과 함께 '준비, 땅' 하고 레이스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투쟁 본능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고개를 쳐든다. 

3. 한줄평

대단한 작가인 것이, 놓치지 쉬운 순간을 이렇게 속속들이 다 적어놨다는 것이다. 일기 같은 글을 묶어냈음에도. 소설들이 너무 성찰적이고 현학적이라 싫어했는데... 겸손함과 성찰의 깊이는 대가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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