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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자본주의자

기루짱 2023. 6.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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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루 2023/01/08 23:14


1. 저자 : 정혜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4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족과 함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시골에 들어갔다. 지금은 시애틀에서 한 시간 떨어진 작은 마을의 오래된 집에서 두 아이와 남편과 산다. 실개천이 흐르고 나무가 잘 자라는 넓은 땅에서 살지만 농사는 짓지 않는다. 도처에 자라나는 블랙베리와 야생초를 채취하고 통밀을 갈아 빵을 구우며 막걸리 누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다.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해 실험하듯 시작한 생활이 이제 7년째를 맞았다. 평범한 일상이자 작은 실험이기도 한 삶의 모습들을 이메일에 담아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기자답게 깔끔한 자기소개. 

2. 목차 

프롤로그 골수를 맛보는 삶

1장 제철에 블랙베리를 따는 삶
시골에서 자본주의 활용하기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농사꾼
생활비 100만 원
버릴수록 풍성해진다
무엇보다 기쁨으로 먹는 것

2장 어쩔 수 없이 살지 않기 위해 버렸던 것들
꿈이 삶을 가로막을 때
욕망에 항복하는 습관
그것은 나의 권리가 아니다
일단, 감사와 이해를 멈추다
가르칠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다림질의 미니멀리즘

3장 돈 벌지 않는 나와 살아가는 법
스콘 대 발효 빵
참을 수 있는 가난
돈의 기쁨과 슬픔
우리 모두 폐를 끼친다

4장 숲속에서 내 이야기 찾기
세상의 모욕 앞에서 나를 지키는 시선
함께해야 나를 찾을 수 있다
소로의 시시하고 소중한 이야기
삶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고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법
마당의 피아노

5장 투명해질 때만 보이는 것들
시간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
인간이 신에 가까워질 때
우리 옆집에는 태극기 부대가 산다
모든 것은 나를 속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누구에게 인정받으면 행복해질까
어떤 일은 내딛으면 이루어진다

에필로그 끝을 보며 지금을 사랑하다


3. 책 속에서

우리가 이 답을 찾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런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21쪽

친환경적인 농사는 없다. 농사는 원래 환경파괴를 기본으로 한다. (중략)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된 건, 사슴과 토끼와 두더지와 민달팽이 덕분이었다. 무엇을 심어도 재빠르게 초토화시키는 녀석들이었다. (중략) 담을 치고, 약을 뿌리고, 철사로 망을 두르는 방법도 있었다. 이 방법을 포기한 건 환경오염 때문도, 돈 때문도 아니었다. 증오심 때문이었다. 이 동물들에 대한 증오심은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감정이었다. 도시에서 나를 피로하게 만든 무례한 인간, 층간소음, 비열한 상사, 경제적 빈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렬한 절망감이었다. 사실 이 동물들이 파헤친 작물을 돈으로 따지면 소소했다. 그런데도 이 동물들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었다. 피가 머리 꼭대기로 몰리면서 관자놀이가 방망이질할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슴을 증오하며 농사를 짓는 대신 사슴처럼 살기로 했다. 야생 채집을 공부했다. 팔 만한 것을 경작하는 대신, 야생 상태의 텃밭을 꾸리고 채집을 하면서 먹고살아 보기로 한 것이다.
-25~26쪽
(농사를 한번 지어보면 안다.ㅎㅎ)

이 세상에 선이 늘어나는 것은 역사에 남지 않을 사소한 많은 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더 나쁜 세상에서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의 절반쯤은, 드러나지 않는 삶을 충실하게 살다가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에서 잠든 이들 덕분이다. 
-77쪽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책의 마지막 내용이라고 해서 찾아봤는데...제인 오스틴을 잇는 영국 여성작가인데... 고전에다가 두께가 장난아니다.ㅜ)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사상보다 더 재미있는 건 사후 역사 속에서 그의 명성이 변해가는 과정이다. 그는 정치권력도 탐하지 않고 시골에 살면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박한 음식을 즐기며 검소한 생활을 했고 질병의 고통을 당할 때는 이런 기쁨을 누렸음을 감사하며 견뎌냈다. 이런 삶이 진정한 쾌락이라고 했다. 욕망이 딱 그만큼이었으니. 하지만 그는 살아있을 때부터 최소 몇백 년동안 공격과 비난,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쾌락주의의 아이콘이 되어 방종한 섹스와 무절제한 생활을 한 결과 병에 걸려 죽은 사람으로 조롱당했다. 
-82쪽
(나도 그렇게 알았다. 쾌락주의. 향략을 즐겼다고. 욕망에 항복하는 습관에서 인용.)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는 문과와 이과의 직업 안정성 전망에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당시 어른들은 이과생은 그냥 기술 실무에 모물고, 더 높은 출세나 기업 경영은 문과생들이 한다는 조언까지 했다. 지금은 고대 전설같은 이야기다.
-89쪽 
(그땐 그랬구나. 지금은 역시 이과. 인정.)

헨리 소로는 <월든>에서 연장자들로부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듣거나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한다. 
-104쪽
(뜨끔)

나의 성장, 나의 의미, 나의 깨달음으로 연결되는 일은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세상의 속도와  다른 방식의 성숙과 배움이기에, 이런 일들의 가치는 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126쪽

우리가 타인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하고, 남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우리에게 진짜 완전한 자립을 이룰 능력이 있거나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혼자일 때 인간은 타인의 문제는커녕 자신의 문제도 시원하게 해결할 만한 능력이 없다. 불완전하고 그래서 남에게 자연히 기대며 살아간다. 
-156쪽

나는 스스로를 지키는 힘인 자존감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의 소시오미터 이론은 자존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잘 들어맞는다. 남이 나를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인식하면 내가 그만큼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내가 자존감을 믿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스스로를 절대적으로 긍정할 만큼 대단한 인간이 아니다. 
-167쪽

나는 글을 써도, 일로 사람을 만나도 나 자신의 사적인 감정과 색깔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어렵다. 그런데 가정주부는 사적인 삶과 공적인 능력을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251쪽

진화의 핵심에는 돌연변이가 있다. 어떤 일정한 계획과 방향을 두고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가 되는 무수한 시도들이 폐기 처분되는 과정 중 소수의 몇 가지가 살아남아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의미는 돌아봐서 정한다. 
-260쪽


4. 감상평

서울대 출신. 전직 언론인. 유학. 그리고 미국 시골의 삶. 
소위 스펙 쩌는 사람이라... 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겠지만, 걱정될 것도 없겠구나 생각도 든다.
기자의 글이 오히려 건조해서 그런가... 감동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이메일 정기구독 서비스라는 게 아직도 유효한 수입모델인가 싶기도 하고. 
같이 읽은 은유의 글과 스펙이 완전 반대라... 더욱 비교가 된 글이기도 했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 은유 

인문학당인가.. 어디선가 추천한 책이었는데... <몸의 일기>와 함께 둘다 핫한 책이긴 하지만 그닥 성찰적이진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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