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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 여행기
마당이 있는 집 - 김진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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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나리오 쓰던 사람들이 잘 쓴다.
드라마 짜장면씬이 인기를 끈 후
원작이 더 재밌다는 평을 듣고 사다놨는데
과연, 재밌었다.
심리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거다.
“아가씨는 좋겠어요. 애기 낳으면…. 신경쓸 일도 없이 단출하니 세 식구 사니…. 서방님도 정규직이고….”
올케언니의 말들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으로는 비웃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피해자로 소환하면서 부리는 이기심에 치가 떨렸다.
대체 킬포가 몇개 인지. 엄마 모신다는 이야기와, 오빠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를 돌려말하면서, 피해자 삼는 화법. 작가의 이런 심리파악이 재밌었다.
올케언니는 멀쩡한 나를 다시 부축했다. 내 팔을 잡고 있는 올케언니 몸의 무게 때문에 기운이 더 빠지는 기분이었다.
(중략)나는 어제 오후부터 한끼도 먹지 못했다. 나를 쓸데없이 부축하면서 정작 필요한 배려는 하지 못하는 올케언니에게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남편 시신을 확인하고 나온 장면이다. 이런 부축 난감하다. 아픈 척을 해야 하나 고민이 들기도 한다. 배려하는 것 같지만, 전혀 배려 아니고, 정작 꼭 필요한 배려는 받지 못하는 허망한 순간을 이렇게 표현해낸 시선에 무척 신났다고 할까.
악밖에 남지 않는 상은이라는 캐릭터도,
아무것도 몰라요로 치부받다가, 진짜 자기 자식을 끝까지 모르는 주란이라는 극대화된 캐릭터도 좋지만,
올케언니 캐릭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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