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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 여행기
여행의 이유 / 김영하 본문

1. 작가소개
유명하여 생략.
이 작가를 언제부터 알았지… 처음부터 유명했던 작가 같은…
<호출>을 읽었고, 대학 수업시간에도 언급되었으며, 주위에 수업을 들었던 제자도 있었고, 책의 제목들도 신선했다. 방송에선 더욱 대단한 말빨을 보여줬고.
2. 책속에서
예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성격 창조 워크숍' 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창조해보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만들어온 인물들은 대체로 모호하다.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회사원(대학생, 공무원 등등)이에요.' 그럴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선생으로서의 나의 역할이었다.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 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 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57쪽.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중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설파한 분.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인류는 대형 유인원과 97퍼센트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그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등은 활동량이 인간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들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있는다. 열 시간 정도를 털을 고르거나 쉬고 아홉 시 간에서 열 시간 정도를 잔다. 유인원을 연구한 학자들은 궁금했다. 어째서 이들은 운동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는데 인간과 같은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 질환이 없을까? 동물원의 침팬지조차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왜 매일같이 엄청난 활동을 하지 않으 면 병에 걸리는가? 유인원과 달리 초기 인류는 나무에서 내려와 걷고 뛰었다.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하루 평균 9킬로 미터에서 12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이는 평균적인 미국인 이 일주일 동안 걷거나 뛰는 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인류는 치타처럼 빠르지 않고,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신 인간에게는 무시무시한 이동 능력과 지구력이 있었다. BIC방송의 다큐엔터리 인간은 특이한 타입의 포유류이다 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초기 인류의 사냥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이 다큐벤터리에서 칼라하리사막의 한 부족은 집단으로 쿠두 영양 사방에 나서는데, 이들의 방식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들은 사냥감의 냄새와 흔적을 따라 뛰고 또 뛴다. 목표를 무리에서 고립시키면서 추적을 계속한다. 땡볕 아래에서 그들은 무려 여덟 시간이나 영양을 쫓는다. 그 들이 사냥감을 마침내 잡게 되는 것은 누군가 활을 잘 쏴서도 아니고, 창을 잘 던져서도 아니다. 영양은 탈진하여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그러면 그들은 창을 들고 사냥감 가까 이 다가간다. 탈진한 영양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포식자에게 몸을 맡기듯 눈을 끔뻑인다.
사냥꾼은 창으로 단번에 사냥감을 죽인 후, 흙을 뿌려 여덟 시간 동안 자신들의 추적을 따돌린 쿠두에게 존중을 표하고 머리와 몸을 정성스럽게 쓰다듬는다.
2007년에 하버드대 고고학과와 유타대 생물학과 합동 연구팀은 원시 인류가 사냥감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뛰어서 쫓아가도록 진화했다는 것을 밝혀내 BBC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초 기 인류가 어떤 존재였을지, 우리가 어떤 이들로부터 진화 해왔을지를 알 수 있다. 인류는 걸었다.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그게 다른 포유류와 다른 인류의 강점이었다. 어떤 인류는 아주 멀리까지 이동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그린란드나 북극권까지 갔고, 몽골에서 출발한 어떤 그룹은 얼어 붙은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마야와 잉카,아즈텍 문명을 일구었다.
87-89쪽.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중에서
환대와 함께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내가 왜 뛰는가. 뛰면 왜 즐거운가? 답은 DNA에 있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 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소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 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명은,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를 배송하듯이 망자를 대한다. 관 속에 노잣돈이나 길동무 인형을 넣어준다. 철저한 무신론자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때면 그들이 다음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 있다.
138-139쪽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중에서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
아폴로 8호가 보내온 사진 파트는 환대 이야기다.
읽으며 내가 받은 환대, 내가 주는 환대들이 떠올랐다.
이집트에서 무작정 같이 뛰어주던 만도.
무의도 갔다가 숙소가 없어 노숙하려던 때 텐트 앞자리를 내어줬던 가족. 친구는 자주 찾아가 좋은 기억을 만들었지만 난 버르장머리 없는, 환대를 고마워할 줄도 모르는 20대였다.
군인에게 차비를 빌려 갚지 않은 적도 있고.
최근엔 딸이 친구가 버스카드를 잃어버렸고 현금은 없다고 연락이 왔다. 데리러 가려고 출발하려는데 연락이 왔다. 어느 여자분이 천원을 주고 갔다고.
돌아보면 내 인생은 온갖 중독과의 싸움이었다.
175쪽 <노바디의 여행> 중에서
골초 위스키폭탄주 삼국지게임 만화무협…에 빠졌다는 작가를 보며 남편이 떠올랐고, 중독이 나쁜 건가…아닌가 헷갈렸다.
3. 한줄평
근데 왜 <더 와이프> 영화가 생각나지?